현실만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힐링애니 추천 하늘가는대로
- 현실보다 좋아/빠져볼 애니들
- 2019. 5. 9. 12:34
난 학창시절을 소재로 한 작품, 그중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을 환장할 정도로 사랑합니다.
ing 상태인 청소년들은 아직 그걸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그 시기가 끝나고 사회로 나오자마자 얼마 안가서 알게 될겁니다.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자신의 가장 소중하고 되돌릴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게다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무리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낸다 해도 그 시절만큼 자신이 빛나던 때는 없었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아직 세상의 깊이를 제대로 맛보지 못한 상태임이 틀림없습니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학업만이 전부인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을 보면 내 인생이 만일 현재의 학생으로 변한다고 해도 난 절대 No를 외칠 것입니다.
이왕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조금 촌스러운 아날로그 시대라고 하더라도 누가 뭐라고 해도 그때가 좋습니다.
그때는 요즘처럼 학교수업이든 직장이든 끝마치고 나면 부리나케 뛰어들 컴퓨터는 없었지만 잠시라도 자신의 뒤를 돌아볼 여유가 있던 시기였습니다.
요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정말 쉴새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어린 학생들이 주연인 경우에는 로맨스 아니면 뭔가 판타스틱한 사건에 휘말려 갑작스럽게 히어로가 된다든가 딱 정해져있는 틀속에서 1초의 여유도 없이 흘러가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세인 그런 틀을 깨고 잔잔한 밤하늘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정말 비현실적인 작품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이 하늘가는대로입니다.
2009년 작품이고 로맨스인거 같기도 하고 코미디인거 같기도 한 학원 힐링물입니다.
러닝타임은 보너스 영상을 제외하고 12부작 각 25분 전후입니다.
작화만 봐도 타고난 모범생 티를 물씬 풍기는 사쿠의 어린 시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미짱(미호시)와의 재회가 있던 날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이 다시 시작됩니다.
늘 방안에서 각종 책읽기를 좋아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던 조숙한 초등학생 사쿠와 그런 사쿠에게 유일한 또래 친구이자 이성 친구였던 미짱은 많이 다른 분위기입니다. .
어느날 잠깐의 사고 이후 갑작스러운 사쿠 집안의 이사로 서로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이후 사쿠가 다시 고향에 있는 고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아련한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사는 미짱이 부원으로 있는 천문학부에 거의 반강제적으로 부원으로 편입되어 출연진중 가장 어른스러워보이는 사쿠의 일상에 조금은 색다르게 빛나는 별이 뜨게 됩니다.
한참 사방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다른 작품들 역시 평범한 학교 생활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마 차라리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을 대리만족시키기에는 비현실적인 것이 딱일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언뜻 보면 정상적이고 무척 평범해보이지만 소재 자체가 상당히 독특한데다 요즘 학교들 실정상 유지되기 힘든 장차 사회에 나아가 아무 쓸모도 없어보이는 천문학부를 유지시키려는 소수의 부원들의 고군분투를 다루다 보니 그냥 언뜻 봐서는 뭐 이런 60, 70년대보다 촌스러운 에피소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게 도대체 학업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부원도 몇명 안되지 않느냐 등 천문학부를 갈아엎어버리기 위해 갖은 음해를 다 동원하는 무리들이 있지만 부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천문학부의 존립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이 작품은 딱히 어떤 목표를 짚어주는 느낌이 없습니다.
학교 수업이 파하고 나서 조금 늦은 시간 집으로 가는 길, 자전거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는 길, 부원들끼리 떠난 친목여행 등 수시로 드넓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천지가 보여집니다.
우리는 늘상 우리가 밟고 살고 있는 땅덩어리 자체내에서만 행동하고 사고하며 앞날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우물 안 개구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잠시 혼자가 된 캐릭터들이 혼자 내뱉는 대사들을 잔잔하기만 하고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의아할 때도 있지만 그들이 늘 자신들만의 깨달음을 얻는 건 밤하늘을 바라볼 때입니다.
어릴때 동네 뒷산에 올라갔다 저녁별이 뜰때쯤 돗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본 기억이 납니다.
아직 중학생 정도의 나이였지만 그때도 나름대로 정신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는 말못할 별의별 생각을 다하고 살던 때였는데 우연히 바라본 밤하늘 끝없이 펼쳐진 별들의 파노라마속에 묻히다 보니 내 머릿속에 있던 그 혼돈들이 어쩜 그리도 가볍게 느껴지던지 요즘은 아무리 깊은 밤이 되어도 하늘에 별도 잘보이지 않는데다 행여나 천체망원경이라도 꺼내들었다간 이웃집 염탐꾼으로 오인받기 쉬운 세상이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이 작품을 보다보면 한 에피소드만 하더라도 우리가 하룻밤동안 바라보지 못했던 밤하늘을 정말 원없이 볼 수 있는데 묘하게도 전자파 가득한 모니터에서 나오는 저 밤하늘 마저도 그렇게나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한가지 감동을 제시하기보다는 저 드넓은 하늘속에 우리 각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가는 길을 유도해주는 신선한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눈에 띄는 점이 또 있다면 이 작품에도 엄연히 남자와 여자라는 존재가 등장하지만 여타 작품들처럼 똑부러지는 로맨스가 없다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당연히 메인 주연인 사쿠와 미호시의 톡톡 튀는 모드는 존재하지만 뭐 좀 되려나 싶은 순간 분위기는 급히 전환되기 일쑤고 거기다 새롭게 등장하는 곱슬머리의 꽃미녀 동급생 히메의 등장이 새로운 묘수를 선사할까 싶었으나 눈에 띄는 히메의 비주얼과는 달리 삼각관계의 탈을 쓴 집단 개그성향이 폭발하는 걸 보면 이 작품의 장르는 엄연히 개그와 힐링 두가지의 비중이 대부분이고 로맨스를 논한다는 자체가 좀 힘들다는 겁니다.
만약에 아직 어릴적 미짱 때문에 성가셨던 기억만 남아있는 사쿠의 감정이 갑자기 달라져버린다면 오히려 이 작품의 특징이 퇴색됐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잔잔하게만 흘러갔을 수도 있는 분위기 속에 로맨스적인 요소보다는 외적으로 로맨스의 탈을 쓴 개그소재는 너무 밋밋하게 흘러가버릴 수도 있는 작품의 한계에 살짝 생동감이 느껴지게 만듭니다.
보는 내내 나중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하는 긴박감이나 큰 감정의 고조 따위 없이 물흐르듯 흘러가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편안함과 잔잔함의 끝판왕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짱, 히메는 물론 문예부의 도도한 선배 코미즈에게까지 둘러싸여 미묘한 향기를 뿜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얼마나 대박터진 캐릭터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는 흐름만은 제외하지 않은 듯 합니다.
길게 후속이 나올 정도로 화제거리를 안겨준 작품도 아니고 짧은 12부작입니다.
이렇게 잔잔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정말 우연히 발견해낸 괜찮은 힐링물이지만 재미 여부를 따지고 볼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쉼터를 열어본다는 생각으로 감상해야만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합니다.
작품들을 감상하면서도 그 포인트를 누군가 남이 대신 짚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이 하늘가는대로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고 그 해답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각 에피소드들 속 캐릭터들의 발랄함, 때로는 진지함, 고민, 추억,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끝도 없이 펼쳐진 별들의 파노라마 속에서 우리의 마음이 트이는 것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한 작품입니다.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너무나도 많지만 우리도, 또 이 작품속 캐릭터들 역시 그것들을 모두다 표현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외치고자 하는 것들을 저 높고 한없이 넓은 곳에 펼쳐놓으면 되고 우리는 그 반짝임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입니다.
생전 관심도 없던 등산에 점점 눈을 돌리게 만든 것도 이 작품이지만 저렇게 밤하늘에 조용히 몰입할 수 있을만한 곳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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